“그래서 왕자와 공주는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동화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어린아이는 미소를 짓습니다. 아이는 그들의 모습에서 자신을 봅니다. 봄날 햇살 같은 미래의 인생을 기다리면서 말이죠. 아이는 자라고 황홀했던 설렘은 점점 빛을 잃어갑니다. 살아보니, 산다는 건 정말이지 만만치 않습니다. 누군가 “그러니까 지금 당신은 행복하긴 한 거요?”라고 묻는다면 답하지 못할 게 뻔합니다. 돈이 없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어서,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 이미 불행한걸요. 또 한 번 찾아온 새해를 이런 마음으로 맞이할 줄은…. 어떤 책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큰 행복이라도 만족이 없으면 불행이고, 아주 작은 행복이라도 만족이 있으면 큰 행복이라고.” 조금은 힘이 됩니다. 이미 알고 있지만, 따라 하지 못했던 그 뻔한 행복 찾기를 어린아이가 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해볼까 합니다. 나중에 다시 물어봐주세요 “이제는 행복하세요?”라고.
♣ 꼭 울어야 한다
영국 다이애나비의 장례식 때 국민 모두가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 후 한 달 동안 스트레스나 우울증 상담을 위해 정신병원을 찾는 숫자가 현저히 줄었다. 실컷 울고 나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덜게 된다. 이를 ‘다이애나 효과’라고 부른다.
♣ 남편에게 눈물을 허락하자
여성과 아이의 울음에는 관대한 사회지만 남자에겐 그렇지 못하다. 평생 세 번 운다는 위대한, 그러나 불쌍한 남자들. 그들도 아픔을 아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남편의 속을 아내가 헤아려줄 때다. 마음속 울컥거림을 꾹꾹 누르는 그에게 어깨를 내주어야 한다. 함께 슬픈 영화를 보거나 남편 혼자만의 시간을 주어 민망하지 않게 울 기회와 장소를 제공한다. 그가 울고 나면 말 대신 살짝 안고 잠시 멈춰 있자. 홀로 견디느라 외로웠던 남편은 한결 편안해진다. 울고 난 다음 여자는 85%, 남자는 73%가 자신의 상태가 좋아졌다고 느낀다. 울면 수명도 길어지니 일석이조다.
♣ 여성은 울고 건강해져야 한다
건강이 든든한 밑천이 되는 시대, 주부의 건강이 가정의 화목을 좌우한다. 눈이 아파 흐르는 눈물과 감정에 북받쳐 나오는 눈물은 성분이 다르다. 진정한 눈물에는 스트레스로 인한 나쁜 화학물질이 섞여 나온다. 울고 나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생식기 기능까지 좋아진다. 잘 우는 여성은 건강할 뿐 아니라 피부까지 좋아져 생활에 활력이 생긴다.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눈물 테라피가 각광받고 있고, ‘오열과’를 개설한 병원도 있다. 반강제적으로 울음을 유도해 치료 효과를 낸다.
♣ 울음에도 요령이 있다
외과의사 이병욱 박사는 울어야 건강해진다고 주장한다. 병에 걸린 환자에게도 눈물요법을 적용한다. 잘 우는 방법은 따로 있다. 우선 마음의 병이 몸으로 전달되지 않도록 무조건 많이 울라고 한다. 눈물이 나려고 할 때 참는 건 좋지 않다. 자신의 나이와 사회적인 체면, 성별 등의 조건을 잊도록 한다. 그 다음은 크게 소리를 내서 운다. 흐느껴도 좋다. 횡격막이 떨릴 때까지 큰소리를 내며 울면 된다. 마음이 가볍고 행복해질 뿐 아니라 우리 몸의 장기 활동도 활발해져 소화 능력이 개선되기도 한다. 가능하다면 매일 정기적으로 울고, 혼자보다는 내 감정을 공감할 누군가와 함께 울면 더 효과적이다.

♧ 첫 번째 이야기
‘난 원래 아무것도 없었다’
하루하루 일당을 받아 밥벌이를 해온 아버지를 바라보며 훌쩍 자란 아들은 안쓰러움을 느낀다. 어머니의 깊게 파인 주름을 보기 민망해진 지도 오래다. 평생 먹고사는 일에 허덕이는, 가진 거 없는 삶은 각박하기 이를 데 없다. 1천만원씩 붓는 계가 깨졌다는 이야기는 연봉이 1천만원인 그들에겐 달나라보다 더 먼 이야기다. 하지만 아들은 안다. 더 떨어질 곳이 없다는 건 오히려 안심이고 희망이란 것을. 바닥을 치면 도로 튕겨져 오를 일만 남았기에 아들은 젊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가슴에 뜨거운 희망을 갖는다.
♧ 두 번째 이야기
‘있다가 없는 자는 쓸쓸하다’
그의 호주머니를 채우던 빳빳한 지폐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집을 나선 그는 분식집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예나 지금이나 라면은 똑같은데 그의 마음은 180도 달라졌다. 스테이크 먹을 돈이 있지만 라면을 선택했을 때와 당장 라면 아닌 메뉴를 선택할 여지가 없다는 현실은 그를 한없이 초라하게 만든다. 옛날의 영화를 떠올리면 착잡한 마음에 눈시울이 뜨겁다. 이제 어떻게 하지? 홀쭉한 지갑을 보며 돈 대신 무얼 담을 수 있을지 그는 고민에 빠진다. 힘내라는 아내의 격려, 아빠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아들놈, 아직은 쓸 만한 체력…. 그래도 그에게 남은 게 있다. 다행이다.
♧ 세 번째 이야기
‘없다가 생기니 소중하다’
친구들이 아파트 사서 시집간다고 할 때마다 웃는 낯으로 축하했지만 그녀는 기분이 씁쓸했다. 결혼이 돈 오가는 장사냐며 과장되게 순수한 척했으나 그녀인들 부러운 걸 모를까. 소꿉장난처럼 시작한 결혼 생활은 무시무시한 절약을 실천하며 몇 년간 지속되었다. 작은 손에 움켜쥐어봤자 사람이 얼마나 가질 수 있을까마는 남들은 몰라도 그녀는 이미 큰 부자다. 통장에 여차하면 꺼낼 비상금을 챙겨놨고, 꼬박꼬박 부은 보험도 여러 개다. 오가다 길에서 주운 돈이 아닌 내 힘으로 모은 떳떳한 돈. 허리띠 졸라매기가 지겹지 않은 건 채워가는 기쁨을 알아서다.
♧ 네 번째 이야기
‘아무리 가져도 마음이 허하다’
모두가 그녀를 부러워한다. 능력 있고 자상한 남편은 벌써부터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자고 채근한다. 부모 말이라면 거역할 줄 모르는 아이는 이름만 대면 아는 학교에 착 붙었다. 인생길이 험난하다는데 그녀는 높은 파도 한번 만나지 않고 무난히 항해 중이다. 세상 근심이 그녀를 비켜가나 싶은데 되레 그녀의 한숨소리는 잦고 깊다. 간절한 목표나 꿈을 가진 적 없는 그녀는 뭘 더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고 허둥댄다. 그녀는 충만함으로 포장된 빈약한 마음을 견디기 힘들다. 가난한 그녀는 노트를 펼쳐 적어본다. 어릴 적 꿈, 배우고 싶었던 공부…. 홀로 선 출발선에서 하나씩 이뤄갈 결심을 굳힌다.
Step 1 힘듦을 인정하기
타인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포커페이스로 일관하는 일상은 고되다. 기운 빠진 스스로를 인정하는 건 또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하지만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잘 알고 있다. 지금 내가 힘든지 아닌지를. 혼잣말로 물어보자. 힘들지 않느냐가 아니라 ‘힘들지?’라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마음을 할퀴는 그 무엇이 한 가지든, 두 가지든 원인은 중요하지 않다.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던 꼿꼿함을 일순 놓으면 그 자체만으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단순하게 ‘사는 것 = 힘든 것’이란 등식을 성립시킬 순 없을까? 남들 역시 나만큼 숨이 찰 테니 혼자 불행한 건 아니다 하면 조금 더 위로가 될까? 좌절을 모르고 실패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자신을 깨고 나올 수 있는 더 강한 결단이 필요하다. 인정하기란 마음의 고통만큼이나 아픈 일이다. 하지만 수술을 위해 맨살을 찢듯 인정은 힘을 얻기 위한 과정의 시작이고 절대로 건너뛰지 못하는 과정이다.
Step 2 절망의 이유 찾아가기
심신이 힘들다는 것을 인정했다면 구체적인 원인을 찾아간다. 원인을 알면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을 괴롭히던 문제들 중에는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당장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의외로 사소한 일도 있기 마련이다. 가장 먼저 주변이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에 종이 위에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란 주제로 생각나는 일들을 적어 내려간다. 그 다음 순위를 매겨본다. 막연했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뿐 아니라 먼저 치유해야 할 상처가 드러난다. 이 과정에서 눈물이 쏟아지거나 마음이 시원해지는 등 의외로 치유 효과까지 나타나기도 한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대에게 자신의 모습에 대해 질문하는 방법은 그 다음 실천 과제다. 상대가 깊은 속내까지 읽어내진 못하지만, 자신이 처한 주변 상황의 문제점은 오히려 타인의 시선이 정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Step 3 자신을 위로하기
자신을 아끼는 시간에 돌입하자. 감정이 넘쳐흐를 때는 낙서를 하거나 일기를 쓴다. 기분을 끼적이다 보면 의외로 마음이 편해진다. 강한 에너지를 얻고 싶다면 갖고 싶은 것이나 실현되길 원하는 꿈 리스트를 적어 눈에 잘 띄는 곳에 둔다. 꿈을 실현할 구체적인 실천은 자신을 위한 일종의 선물이라고 받아들이고 꾸준히 노력한다. 긍정적인 말을 소리 내어 말하면 참 신기하게도 자기 암시가 된다. 이는 고난을 극복한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해결법이다. 웃음도 마찬가지. 인간의 뇌는 거짓 웃음인지 모른다고 하니 일부러라도 하하 호호 웃는다.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는 대상을 정하는 방법도 권한다. 아지트가 되는 장소여도 좋고, 내 넋두리를 스펀지처럼 흡수해주는 주변 사람에게 손을 내밀면 외롭지 않아 좋다. 자신에게 힘을 주는 방법들을 조금씩 습관화시켜 나간다.
Step 4 타인을 위로하기
바싹 말랐던 마음에 물이 돌기 시작해 기운이 좀 나면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내 코가 석 자라고 피하지 말자. 타인을 챙기는 일도 나를 위로하는 방법 중 하나다. 부모님과 배우자, 아이, 이웃, 이름 모를 누군가도 나처럼 마음의 상처로 아프다. 따뜻한 말 한마디는 돈 한 푼 들지 않지만 격려와 용기를 준다. 진솔한 마음을 적어 보내는 메일 한 통, 상대방이 아파할 때 찾아가기는 얼마나 간단한 일인가. 힘든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음을 공감하며 마음을 전하고, 얼마든지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건넨다. 절망에 빠진 사람일지라도 약간의 독려가 있으면 다시 일어서려는 의지가 생기는 법이다. 그러나 의욕이 앞서 상대에게 닥친 엄청난 일을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위로하면 안 된다. 좋은 의도가 상처를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가끔은 침묵이 격려가 되는 법이니까.
사진 이봉철(이미지), 정준택(인물)
진행 임상범 기자
자료출처 리빙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