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고양이에 생선", '2천억원' 기부금 정부가 관리?

사나이로 2009. 1. 10. 21:34

[노컷뉴스 기획보도①] 2009년 기부문화를 진단한다

 

[노컷뉴스 차성민 기자]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기부금액이 10년사이 13배이상 성장하는 등 기부문화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특히 국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조성된 기부금 규모가 급증하는 등 나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2009년 기축년 새해 기부문화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미국발 경제위기 탓에 기업의 기부금은 줄어든데다, 민간단체가 모은 기부금을 정부에서 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부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BS 노컷뉴스는 한국의 기부문화 현주소와 법 개정에 따른 영향, 전문가들이 말하는 기부문화 확산 방안에 대해 총 4차례에 걸쳐 연속 보도한다. 오늘은 첫번째로 현재 민간기부금 현황과 기부금을 정부가 관여할 수 있도록 한 법 개정움직임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지난 3일, 서울시청 광장에 높게 솟아있는 사랑의 온도탑. 이 온도탑의 눈금은 세상을 향한 사람들의 사랑이 조금씩 쌓일 때 마다 조금씩 올라간다. 어린이들의 고사리 손에서 건내지는 코 묻은 돈부터 고액의 어른 기부자 기부금까지 사람들이 건낸 기부금에는 따듯한 세상 만들려는 인간의 따듯한 본성이 담겨있다.

 

 

◈민간 기부문화 10년만에 13배 성장

 

지난 2000년 겨울부터 등장한 사랑의 온도탑은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단 한번 영하의 날씨를 가리킨 적이 없다. 나눔의 손길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는 지난 1999년 첫 모금운동을 펼친지 10년만에 13배가량의 기부금 성장폭을 기록했다.

 

모금회에 따르면 모금 첫해인 1999년 모금회의 기부금 조성 총액은 213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3년 뒤인 2002년에는 처음으로 1천억원을 돌파한데 이어 지난 2007년에는 2천억원 훌쩍 넘긴 2천 674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이중에서도 기업의 기부금 증가 폭이 가파른데, 1999년 51억원이었던 것이 2004년 1천억원대를 넘어섰고, 지난 2007년에는 1천 800억원을 돌파했다.

 

개인 기부금도 10년만에 5배 이상 급증해 1999년 162억원에서 지난 2007년 868억원으로 5.4배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는 당초 예상했던 모금액이 모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발 경제위기로 중소기업의 기부금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온도탑 2008-2009년 목표 모금액은 총 2천 85억원이었으나 8일 현재까지 모인 금액은 1천 725억원 정도다. 목표 모금액의 82%에 그치는 수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효진 차장은 "2008년 모금행사가 이번달까지 진행되지만 기업의 고액기부가 큰 폭으로 줄어들어 목표액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다"며 "미국발 경제위기의 여파가 기부문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쌈짓돈'으로 쓰였던 '기부금'의 암울한 역사

 

정부가 민간에 대한 모금을 처음 허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0년 '사회복지사업법'이 만들어지면서부터다.

이에 따라 '한국공동모금회'라는 조직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첫 모금을 한 결과 당초 목표액의 2%인 200만원을 채우고 문을 닫고 말았다.

 

다들 어려운 시절, 공감대가 부족했고 오일쇼크로 인한 경제한파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웃돕기 성금과 장애인성금 등 사회복지사업기금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민간성금의 모집과 배분의 구조가 시작됐고, 1992년 이웃돕기운동추진협의회를 주축으로 본격적인 모금회 활동을 이어갔다.

 

하지만 일부 지방정부의 무리한 모금운동과 민간의 기부금이 어려운사람애개 보다는 정치세력의 '쌈짓돈'으로 흘러간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민간에서 나온 기금을 정부가 관리한 부작용이다.

 

당연히 민간 기부금을 정부에서 관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권력은 기부금을 민간에게 돌려줬다.

 

 

◈ "역사는 반복된다? 또 다시 정부로 넘어가려는 '기부금'

 

하지만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은 사랑의 자금이 곧 정부로 넘겨질지 모르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회복지모금회법 전부개정법률안'이 국회 통과를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률안의 핵심 내용은 사회복지모금회법'을 '사회복지모금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고, 기부활성화 등을 추구하는 법인은 복지부 장관의 지정을 받으면 전문모금기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또한 전문모금기관의 지정과 취소, 평가, 정보공개, 지원에 대한 사항을 심사 의결하기 위해 심사위원회를 복지부장관 소속하에 설치하고, 위원회 위원으로 공무원도 포함시키는 방안도 담겨있다.

 

여기에 보건복지가족부도 '2009년 업무보고'를 통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을 개정해 민간복지자원을 복지정책에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공식 천명하고 나섰다.

 

정부가 그동안 민간에서 해오던 분배 역할에 개입해 정부의 펼치는 복지 사업에 민간 기부자들의 기부금을 쓰겠다는 것.

 

이 법이 통과되게 되면, 현재 민간인으로만 구성된 배분 위원회에 공무원이 위촉되게 된다.

 

또 민간 모금단체를 관리하는 심사위원회가 보건복지가족부안에 생겨 정부의 본격적인 모금단체의 관리를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민간에서 모은 기부금이 정부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친 정부 단체가 모금기관으로 선정될 경우 민간 기부금은 또 다시 정부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김효진 차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법안에 대해)사회 각계 각층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지금까지 나름대로 모금에 대한 질서를 잡아왔는데 정부가 모금기관을 관리감독을 하게 되면 지정되지 않은 모금기관 사이에 차별이 심화될 수 있다. 다시 정부에서 민간 기부금을 관리한다면 10년 동안 쌓아온 민간 모금단체와 국민건의 신뢰를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과거에 감사원의 지적을 받아 완전히 민간 위주로 법이 만들어져 지난 10년간 운영된 것인데 개정안은 또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라며 "독선적인 권한을 다원화시킨다는 옹색한 명분으로 절차를 무시하고 노골적으로 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부 컨설팅 회사인 '도움과 나눔'의 최영우 대표도 "(개인적인 견해로)만약 관련법이 통과된다면 모금회의 핵심인 분배에 대한 신뢰성이 깨질 위험에 놓이게 된다"며 "정치권과 긴밀한 단체들이 기부금을 많이 타간다거나 정부의 선심성 사업에 민간 기부금이 쓰일 가능성이 농후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성금의 모금·관리·배분·운용 등의 업무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대신 해왔으나 기구가 거대해져 조직이 관료화 됐다는 지적이 제기돼 효과적인 모금활동을 위해 손숙미 의원이나 심재철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 두개가 국회에 상정중"이라며 "국회 처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부금을 거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몰리고 있지만. 법안이 통과돼 전문모금기관의 경쟁체계가 만들어져 기부문화 확산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복지부는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nointing@cbs.co.kr

[관련기사]
'사랑의 온도계' 주춤…지난해 보다 추웠다
"남편 유언따라…" 80대 할머니 12억 기부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기사전송 2009-01-10 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