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사역

대안학교, 학교 교육의 '대안' 일까?

사나이로 2009. 1. 22. 23:38

한동안 과열 양상을 보인 국제중학교 입시가 이슈였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반면 공교육 또는 제도권 교육에서 벗어나 대안학교를 찾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알파맘보다 스스로 베타맘을 자처하는 이들이 선택하는 또 다른 교육 방식인 대안학교를 찾았다.


대안학교의 사전적 의미는 ‘공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만든 종래의 학교 교육과는 다른 학교’다. 사회운동의 일환으로, 종교 재단을 통해, 혹은 생태 교육, 발도로프 교육 등을 지향하면서 여러 형태의 대안학교들이 생겨났다. 영국의 서머힐은 세계적인 대안학교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이우학교와 간디학교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과 같이 탈학교 교육의 일환으로 대안학교가 시작되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입시 위주의 획일화된 제도권 교육의 대안으로 홈스쿨링, 귀농, 마을학교, 도시 공동체, 지역 공부방, 방과 후 학교 등의 이름으로 새로운 학교들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교육의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며 자녀에게 최상의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알파맘들과 달리,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교육에 주목하면서 스스로 베타맘을 자처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들 베타맘들의 가장 큰 목적은 자녀가 ‘즐겁고 건강하게’ 교육받게 하는 것으로,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교육을 하는 곳”이 대안학교라고 말한다.


대안학교에서 가장 성공했다는 이우학교는 생태 교육을 지향한다. 최근에는 발도로프 교육을 하는 대안학교들이 주목받고 있다. 발도로프는 1919년 독일에서 발도로프 아스토리아가 전인교육을 목표로 설립한 학교다. “교육이란 인간 본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슈타이너의 인지학에 바탕을 둔 교육 방식으로 아이들의 건강한 발달을 중심에 두고 개발되었다. 인간의 보편적인 발달 단계에 맞는 교육 내용과 개별적인 아이들의 발달 특성에 근거한 개별화 교육을 하는 것이 특징이며, 교육 자체를 예술 과정으로 본다는 뜻에서 교육 예술이라고 한다. 음악, 미술 등 교과 교육으로서의 예술이 아니라 예술이 교육 그 자체이며, 모든 교육의 근본이 된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구름산학교를 비롯해 푸른숲학교, 과천자유학교, 부산의 사과나무학교 등의 대안학교가 발도르프 교육 예술에 근거한 대안 교육을 펼치고 있다.


광명의 ‘구름산학교’는 방과 후 학교로 시작해 실험학교로 발전하는 등 7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5년에 개교한 초등 과정 대안학교다. 구름산이라는 이름처럼 자연이 인접한 곳에서 도시 아이들에게 생활 체험과 예술 활동을 통해 발도로프 교육을 시작했다. 지금은 전교생 30명, 한 학년에 7~9명의 소수 정예로 수업이 이뤄지며 정원을 15명까지 늘릴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초등 과정만 갖추고 있지만 중등과정인 7·8·9학년 교육 과정도 갖출 계획이다.


구름산학교의 대표 교사 최수정 씨는 “아이들의 인지 발달에 맞춰 건강한 감성을 이뤄내는 것”이 목적이며,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맞춰 원하는 것을 넣어주는 교육”이 발도로프 예술 교육이라고 설명한다.


“구름산학교에서는 다양한 수업이 이뤄집니다. 단순히 앉아서 수업을 받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고 움직이고 리듬 활동을 하는 것, 즉 배움을 머리가 아닌 몸을 통해 가져갑니다. 이것이 아이들의 감성을 터치해서 발달시키고, 이런 감성 교육이 그림, 음악 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교육 예술이라고 합니다.”



구름산학교의 예술 교육은 예체능에 한정되지 않는다. 공교육과 마찬가지로 국어, 수학, 영어 등 모든 과목을 가르친다. 또한 포르멘 수업과 같이 발도로프 교육에서만 볼 수 있는 색다른 수업도 있다. 포르멘 수업은 글쓰기 전 단계에 이뤄지는 교육으로 선묘를 그리는 수업이다. 이 수업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기하학과 자연스럽게 연계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공교육이 수평 단계로 이뤄진다면 발도로프 예술 교육은 수직 교육이라는 의미다.


대안학교에 보냈을 때, 소수 정예인 데다 아이들 위주로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과보호되거나 경쟁력이 떨어질까 하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구름산학교의 학부모나 교사들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아이들이 거칠고, 아이들이 모든 문제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충돌과 갈등이 많다는 것.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사회성이 더 발달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전교생이 적은 만큼 선후배 관계를 통해 외동아이들이 갖는 문제점을 극복하게 되는 것도 장점이라고 한다. 대다수의 사람이 필연적으로 선택하는 제도권 교육에서 벗어난 교육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다른 길’을 통해 공교육에서 얻지 못하는 다른 형태의 교육 효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대안학교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


도움말|구름산학교


1. 부모의 아이에 대한 생각을 먼저 정리한다. “알파맘으로 살 것이냐, 베타맘으로 살 것이냐” 하는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자녀를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고자 하는 마음은 한결같지만 그 과정을 어디로 선택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2. 아이가 건강하고 즐겁게 다닐 학교인지, 아이 진로에 맞는 대안적인 커리큘럼을 갖춘 학교인지 확인해야 한다. 아이가 즐거우면서 교육 커리큘럼이 좋은 대안학교를 택한다.

3. 교사들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지 확인한다. 또한 교사의 재교육 프로그램이 잘되어 있어야 한다. 구름산학교에서는 모든 교사가 발도로프 예술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4. 주변 환경을 고려한다. 상가 건물보다는 자연과 인접한 곳이 아이들에게는 좋다.

5. 학부모의 참여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대안학교는 일반 학교에 비해 학부모의 참여도가 비교적 높다. 구름산학교처럼 학부모의 참여가 적은 곳도 있다. 자신의 여건에 맞게 선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안학교가 아직 정식 교육 기관으로 인가받지 못했기 때문에 학교를 졸업하면 검정고시를 치러 학력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대안학교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들은 ‘대안교육연맹(http://www. psae. or. kr)’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촬영 협조|광명 구름산학교(02-2625-9113, www.gurmsan.org)
사진|김은린
취재|조윤희(프리랜서)
자료출처|리빙센스

우먼센스  기사전송 2009-01-22 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