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높고 선택의 폭은 좁은 능력있는 만혼 여성들 매너있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돌싱남에 매력느껴 한번 실패로 가정에 대한 욕구 큰 것도 강점으로 작용
‘결혼은 선택’이라는 의식이 보편화하면서 결혼 적령기라는 구분도 무의미해졌다. 결혼 상대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사회적인 잣대보다는 자신의 상황과 가치관을 우선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이혼에 대한 편견이 없고 결혼에 대한 사고가 자유로운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리본족’이 매력적인 결혼 상대자로 떠오르고 있다. 초혼 때보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황인데다 실패를 바탕으로 결혼에 대한 깨달음을 갖고 있을 것이란 기대감 덕분이다.
‘리본(Re Born)족’이란 경제적 능력이 있는 젊고 매력적인 재혼 희망 남성을 말한다. 이혼 후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안정적인 경제력과 여성에 대한 매너 등을 갖춰 상대방에게 ‘리본을 묶은 선물’ 같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이혼을 했다고 누구나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혼 경력을 뛰어넘는 ‘그 무엇인가’를 갖춰야 진정한 리본족이 될 수 있다.
▶골드미스, 리본족까지 선택의 폭 좁거나 혹은 넓거나
무역회사 과장인 조미연(35) 씨는 최근 부모님 성화에 못 이겨 한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하러 갔다가 동의서 한 장에 추가 서명을 해야만 했다. 34세 이상이면 ‘돌싱(돌아온 싱글의 줄임말?재혼남을 의미)’의 매칭도 받아들인다는 조건이었다. 이 조건을 거부하면 회원 가입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서명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조씨는 “대놓고 나이로 잘라서 조건을 얘기하는 게 좀 민망하기는 하지만 서른 중반으로 접어든 만큼 이혼남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고 큰 편견도 없기 때문에 충격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재산과 능력을 갖춘 골드미스가 늘면서 여성의 만혼 추세는 더 뚜렷해지고 있다. 자신의 수준에 맞는 남자를 고르려는 골드미스의 눈높이가 높아질수록 선택의 폭은 좁아진다. 다른 방향으로 선택의 폭은 확장됐다. 한때 불었던 연상녀 열풍이 연애에 국한된 것이라면 ‘돌싱남’에 대한 선호는 결혼과 직결된다. 나이가 들수록 연애가 환상이라면 결혼은 현실이라는 생각이 보다 명확히 다가오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재혼 상대를 만나는 것에는 여성이 더 적극적이다. 지난해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미혼 남녀 380명(남성 173명?여성 2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여성이 재혼남과의 결혼에 더 적극적이었다. 여성의 연령이 높을수록 결혼 경험자와의 결혼에 더 우호적이었다. 이혼남과 결혼이 가능하다고 응답한 여성의 비율은 37세 이상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최근 선우가 실시한 온라인 즉석 조사에서도 ‘프매칭’ 접속 프로그램 1만4000명의 미혼 여성 대상자 중 재혼도 만날 수 있다는 사람이 3600여 명으로 26%에 달했다. 선우의 노경선 팀장은 “학력 수준이 높고 자기 경제력이 충분한 골드미스는 재혼이라도 비슷한 수준의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를 가진 남성을 찾는 경우가 있다”며 “여성은 30대 중반을 넘기면 남성보다 10배쯤 결혼에 대한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결혼을 아예 포기하거나 재혼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 안 한 여성의 나이가 높아질수록 미혼 남성에서 상대를 고를 수 있는 폭이 좁아졌음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혼도 경험이다
초등학교 교사인 최모(33) 씨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일찍 결혼한 친구는 아기를 낳고 고생만 하는 것 같고, 아직 혼자인 주변 친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3개월 전 소개팅으로 한 남자를 만나고 처음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그 남자는 교사라는 조건부터 보고 다가오지 않았다. 어떤 주제든 말이 잘 통하고 합리적이면서도 자상한 면이 마음에 들었다. 한 가지 걸리는 것은 이혼 경력이 있다는 것. 그러나 최씨는 “신중한 성격에 이혼이란 결정도 이유없이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어쩌면 한 번의 아픔과 실패를 겪어봤기에 진실한 사랑과 평안한 가정에 대한 욕구도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따르면 2007년에만 ‘초혼녀-이혼남’으로 맺어져 결혼에 성공한 커플이 30여 쌍이 넘었다. 이 같은 커플의 수치는 매년 두자릿수 신장률을 보이며 늘고 있다. 특히 33세 이상의 싱글 여성이 가입하는 만혼클럽 회원 1000여 명 중 30%에 달하는 300여 명은 ‘이혼남도 괜찮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저 참고 사는 것보다 이혼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넓어지면서 이혼남에 대해 덧씌워진 막연히 부정적인 이미지도 벗겨지고 있다. 오히려 이렇다 할 경험도 없이 나이만 많은 남성에 대한 경계심이 더 높다. 성격이 굉장히 독특하거나 집안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을 것이란 의심만 키우는 식이다. 한 결혼정보업체 재혼담당 커플매니저는 “결혼 과정이나 결혼 생활을 한 번 겪어봤기 때문에 잘 알고 그런 점을 더 편안하게 여기는 여성도 늘고 있다”며 “오히려 한 번의 결혼 경험이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능력이 재산이다
기자로 일하던 김모(32) 씨는 최근 다섯살 연상의 펀드매니저 차모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취재를 하면서 만나 처음부터 차씨가 이혼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만남을 거듭할수록 반듯하고 성실한 성격에 호감이 갔다. 재혼남이지만 명문대 출신으로 똑똑했고, 고액 연봉을 받으며 자신에 대한 투자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에서도 자유로웠다.
연애를 할 때부터 결혼 경험의 유무보다는 남자의 경제적인 능력과 사회적인 지위가 앞선 조건이 되고 있다. 능력없는 초혼 남자보다는 능력있는 재혼 남자를 선택하겠다는 여성이 늘고 있는 이유다. 이런 남자일수록 똑똑하고 사회적인 활동을 활발히 하는 골드미스를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선호하며 편안하게 대해주는 여유가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초혼 당시보다 사회적 경험이 더 쌓인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훨씬 안정적인 상황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그러나 능력이 있다고 모든 재혼남이 ‘오케이’는 아니다. 결혼 얘기가 본격적으로 거론되면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가 리본족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로 떠오른다. 초혼 여성은 재혼남과 결혼을 고려할 때 출산 경험이 없거나 아이가 하나 정도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노 팀장은 “아이도 중요하지만 출산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초혼녀가 선호하는 재혼남의 우선순위는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 등의 능력이 먼저”라며 “특히 골드미스의 경우 빨리 결혼한 주변 친구와 속도를 맞추기 위해 어느 정도 사회적 기반이 마련된 재혼남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ㆍ김윤희 기자/hit@heraldm.com
통계로 본 결혼 배우자 둘 중 한명이 재혼 25%
‘결혼은 선택, 상황에 따라서는 이혼도.’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면서 이혼에 대한 편견이나 재혼에 대한 거부감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결혼은 필수’란 생각도 옛날 얘기.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보건?가족 부문 사회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 중 27.7%는 결혼에 대해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자(21.9%)보다는 여자(33.3%)가 결혼에 대한 속박을 더 느끼지 않고 있었다. 이혼에 대해서도 31.9%가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답했고, 7.1%는 ‘이유가 있으면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재혼에 찬성하는 비율은 22.8%로 반대(15.3%)보다 높았고, 남자(26.8%)가 여자(18.9%)보다 재혼에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기본적으로 재혼 상대에 대한 미혼자의 인식부터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만 해도 전체 혼인의 91.5%가 남녀 모두 초혼이었지만 30여 년이 지난 2005년엔 한 쪽 이상이 재혼인 경우가 전체 4분의 1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혼율이 늘어난 데다 결혼 연령대가 늦춰지면서 초혼과 재혼이라는 구분보다 다른 조건과 상황이 결혼 결정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미혼자의 재혼 상대에 대한 변화도 눈에 띈다. 여전히 전체적으로는 ‘재혼남+초혼녀’보다 ‘재혼녀+초혼남’의 비중이 높지만 점차 여성의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재혼남+초혼녀’의 결혼 건수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혼인과 관련된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재혼남+초혼녀’가 맺어진 건수는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1만2146건에서 2005년 1만3123건, 2006년 1만4083건, 2007년엔 1만4982건까지 늘어났다. 반면 ‘재혼녀+초혼남’의 결혼 건수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재혼남+초혼녀’보다 많았지만 2004년 1만9064건에서 2007년 1만9645건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윤정현ㆍ김윤희 기자/hi@heraldm.com Copyrights ⓒ 헤럴드경제 기사전송 2009-01-13 10: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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