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공고 강시준 이사장, 학교재단 사회 환원 "학교는 물려주고 사고파는 사유물 될 수 없어"
대구의 노(老)교육자가 자신의 인생 후반부를 오롯이 쏟아 부은 사립학교재단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영남공업고등학교(수성구 만촌동)를 운영 중인 학교법인 영남공업교육학원 강시준(89·사진) 이사장이 주인공.
강 이사장은 30일 "영남공고를 포함해 500억원 상당의 가치를 지닌 재단 전체의 운영을 사회구성원들에게 맡긴다"고 발표했다. 재단운영권을 쥐고 있는 재단이사회(8명)에 자신의 자녀와 친·인척 등이 들어올 수 없도록 정관을 개정하고, 대신 외부 교육전문가 등을 충원해 학교를 꾸려나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동창회·교직원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만들고, 여기서 나오는 의견에 따라 이사회를 구성해 이사장도 뽑을 계획이다. 현재 그의 가족 중 맏아들(57·대학교수)만 유일하게 이사회에 등록돼 있지만 임기가 끝나는 2011년 7월을 끝으로 이곳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된다. 또 후임자가 물색되면 강 이사장도 스스로 물러날 예정이다.
강 이사장은 "사립학교 재단이 설립자 개인 소유물로 인식돼 후손들에게 대대로 물려지고, 또 돈으로 사고파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건학 이념을 이어가기 위해선 교육에 대한 열정과 전문지식을 갖춘 이들에게 물려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시절 벼농사와 사업 등으로 돈을 벌었고, 1986년 학교재단을 설립한 뒤 영남공고(1945년 개교)를 인수했다. 이후 건물 3개 동을 5개 동으로, 학급도 36개에서 57개로 규모를 키웠다. 학교 주변에 벚나무·은행나무 등 1000여 그루를 심었고,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빗자루를 들고 교내 곳곳을 청소한다.
강 이사장은 "자식들이 섭섭해 할 수도 있지만 영남공고가 부끄럽지 않은 학교로 영원히 남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인 것 같아 이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구=최수호 기자 suho@chosun.com] - Copyrights ⓒ 조선일보 기사전송 2009-01-31 05:23 | 최종수정 2009-01-31 11: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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