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코디·리모델링

네오 클래식과 모던이 만난 아늑한 공간

사나이로 2009. 2. 14. 20:58
경기도 동탄에 있는 한 빌라. 그 안에 자리한 강유진씨의 집은 아파트의 편리함은 그대로 갖추고 개인 전원주택의 단점을 보완한 타운하우스를 컨셉트로 만들어졌다. 고전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이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복층 집의 이색 스타일링 엿보기.



결혼 5년 차 강유진씨(30)는 얼마 전 1년여간의 건축과 인테리어를 통해 그동안 생각해왔던 집에 대한 바람을 조심스럽게 완성했다. 자연과 함께 휴식할 수 있고 편리하며 쾌적한 생활공간을 원했다. 남편과 주택과 아파트를 두고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집을 짓는 것. 그래서 나지막하게 산이 보이고 산책로 공원을 끼고 있는 이곳에 집을 지었다. 집 안 동선은 가능한 한 아파트와 비슷하도록 설계했다. 눈에 보이는 화려함도 중요하지만 그저 사람이 편하게 부릴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인테리어 역시 최초의 다짐을 잊지 않았다.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멋들어진 분위기를 내면서도 보기에만 치중한 어리석은 꾸밈은 포기했다. 이러한 희망사항은 10년 지기 친구이자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인 남혜우(33) 실장과 함께 실현됐다.

12월의 어느 날. 신도시의 삭막한 아파트 단지를 지나, 다소 한적해 보이는 공원 산책로를 따라서 경기도 동탄의 3층 빌라를 찾았다. 상업공간으로 내준 1층을 지나 2층의 초인종을 누르자 열리는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좀 전에 지나쳐온 거리는 순식간에 잊게 만드는 클래식한 공간이 드러났다. 흠 없이 매끈한 집만 봐온 눈에 들어온 현관은 오묘하고 독특한 기운이 느껴졌다. 프레임이 멋스러운 거울과 고전적인 가구, 브라운 패브릭이 거친 질감의 타일 벽과 맞물려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낸다. 세련된 네오 클래식 스타일로 꾸민 2층 거실과 다이닝룸, 그리고 심플하고 편안한 모던 스타일의 3층 가족실과 아이 방. 2층이 대리석 바닥과 어우러진 클래식 가구, 샹들리에로 화려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면 3층은 다소 단순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 가미된 것이 특징이다. 한 지붕 아래 있음에도 2층과 3층의 서로 다른 분위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집을 취재하다 보면 으레 그 집을 디자인한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부터 만나곤 하는데 이번엔 예외였다. 집주인 강유진씨는 한때 인테리어 공사를 맡아 했을 만큼 뚜렷한 성향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 틈만 나면 디자인 서적을 뒤적이는 그녀인지라 집 인테리어를 설명하는 관점도 아카데믹했다. 여느 스타일리스트와의 인터뷰 못지않게 개념적인 용어가 많이 등장했으며 가구와 조명은 물론이며 커튼 하나까지도 그것을 선택한 구체적인 이유가 있었다. 다만 그녀가 원하는 추상적인 느낌과 분위기를 연출해줄 장치를 제안하는 것은 남혜우 실장의 몫. 집에 무언가가 필요해 강유진씨가 "이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면 남혜우 실장이 직접 나서서 적절한 자재와 가구, 소품, 패브릭을 골랐다. 집의 설계도가 나온 이후에는 거의 매일 만남을 가졌다. 그렇게 해서 둘의 감각이 구석구석 배어든 집이 완성됐다.



집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현관은 간결한 라인과 화이트 컬러가 주조를 이뤄 편안함이 느껴진다. 네 살배기 아들 우형이가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해 이곳에서 함께 차도 마시고 책도 보며 휴식을 즐길 때가 많다. 독특한 질감의 타일과 브라운 패브릭도 멋스럽게 어우러진다. 타일은 논현동 운현상재 제품.



예원AID에서 찾아낸 독특한 패턴의 벽지와 공간 사이즈에 꼭 맞추어 제작한 홈바 가구로 계단 밑 데드 스페이스에 특별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아늑해 가족이 모여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적당하다.



부부 침실은 이국적인 색감의 벽과 화이트 패브릭, 블랙 철제 침대 헤드가 어우러진 공간. 단색 민트 벽지로 밝고 기분 좋은 베이스를 마련한 대신 최대한 장식을 배제한 가구와 패브릭으로 넓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알레르기가 있어 블라인드를 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포근한 느낌을 주기 위해 꼭 커튼을 해야 한다는 남혜우 실장의 의견에 따라 따뜻한 벨벳 소재의 커튼을 달았다.



2층에서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의외의 공간을 3층에서 발견하는 것도 이 집에서 경험하는 재미 중 하나다. 차가운 대리석 대신 따뜻한 느낌의 마루를 깔고 블랙을 주조색으로 꾸민 3층 거실.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오는 통창으로 나가면 한 가족이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아담한 테라스가 펼쳐진다.



수납할 것도 많지만 아기자기하게 장식도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투박한 장식장이나 붙박이장은 싫었다. 수납도 장식이 되길 원했다. 시중에 판매하는 거실 서재장도 많았지만 강유진씨는 결국 맞추는 쪽을 선택했다. 외국 인테리어 잡지에서 발견한 수납장을 거실 한쪽 벽면 사이즈에 꼭 맞게 의뢰, 지금까지도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결혼할 때 혼수로 해온 가구를 활용해 아이 방을 꾸몄다. 신혼 가구 같아 보여 망설였지만 새것처럼 깨끗해 버리거나 남을 주기에는 미련이 남았다. 하늘색이 들어간 포인트 벽지와 블루, 옐로 컬러로 제작한 패브릭을 더하니 감각적이면서도 독특한 아이 방으로 재탄생했다.



누구나 집에 대한 나름의 꿈이 있을 것. 강유진씨는 귀족풍 저택을 연상시키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싶었지만 혼자만의 스타일에 심취한 공간에 가족의 취향을 끼워 맞추고 싶지는 않았다. 단, 다이닝룸만큼은 이런 강유진씨의 로망을 진하게 담아냈다. 갤러리를 보는 듯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기품. 그 이유는 다이닝룸과 거실 사이의 독특한 프레임 다이닝룸이 훤히 보이는 구조가 마음에 걸린 강유진씨가 낸 아이디어다.중후한 대리석 식탁, 패브릭과도 조화를 이뤄 운치를 끌어낸다.

■ 진행 / 정지연 기자 ■사진 / 이주석

레이디경향 | 기사입력 2009.01.12 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