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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젊은이들의 2009년 新 풍속도
[노컷뉴스 차성민 기자]
"요즘 흔히 말하는 '알바족'이 되기로 했습니다. 8개월째 일도 찾지 못하고 구직자 공고 보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차라리 아르바이트 몇개를 나눠 하는것이 비정규직 월급보다 많을 겁니다."
지난 20일 오후 4시. 서울 신림동의 한 피씨방에서 만난 김철홍씨(가명.29)의 얼굴은 수척했다. 다듬지 않은 머리카락을 감추기 위해 푹 눌러쓴 모자. 며칠째 숙면을 취하지 못해 깊게 패인 눈과 덥수룩한 수염은 그의 고된 삶을 대변하는 듯 했다. 김씨는 전날 대리운전을 하다 새벽 3시쯤 들어와 잠깐 눈을 붙인 뒤 오후 1시까지 생활정보지를 돌렸다고 했다.
◈사실상 '몸 팔아' 입에 풀칠…"비정규직보다 알바족이 낫다"
김철홍씨는 지방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07년 서울로 무작정 상경했다. 한 은행의 비정규직으로 서울 생활을 시작했지만 지난해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일자리를 잃었다. 최저 임금을 받으면서 1년이라는 시간을 버틴 결과치고는 속이 쓰렸다. 하는수없이 김씨는 알바족이 되기로 결심했다. 시간배분만 잘하면 비정규직보다 더 나은 임금을 벌수 있는데다 요즘같은 불황기에 입사를 해도 또 다시 비정규직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씨는 피씨방에 도착하자마자 떨리는 손으로 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 접속한 사이트는 생동성 실험 참가자를 모집하는 이른바 '마루타 알바 모집 사이트'. 김씨는 아르바이트 구직 공고에 자신의 신상명세를 꼼꼼히 적어 내려갔다. 김씨가 지원한 부문은 겨울 방학이후에 실시되는 생동성실험. 다시말해 한 제약회사의 신약 테스트에 응한 것이다. 김씨가 지원한 아르바이트의 하루일당은 20만원 정도다. 2박 3일 일정이지만 첫날 오후에 입실해 마지막날 오전 퇴실하는 일정이어서 총 45만원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김씨는 "육체적인 노동에 비해 높은 금액을 보장받다 보니 경쟁이 치열한 관계로 이런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되 쉽지많은 않다"며 "아예 나처럼 알바족으로 직업을 전환한 주위 친구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약동거로 아낀 돈은 실업대비용 자금"
서울 건대입구역 근처 다세대주택에 사는 회사원 박선규(가명.29)씨는 지난해 11월 계약동거를 시작했다. 최근 급격히 어려워진 경제 사정을 반영해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서다. 그가 계약동거로 줄인 지출은 한달에 20만원 가량. 가스요금이나 전기세, 관리비 등을 동거인과 함께 부담한 결과다. 한 대학교에서 비정규직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씨는 기본급 90만원에 각종 수당을 더해 130만원 가량의 월급을 받는다. 계약동거로 줄인 생활비 20만원은 고스란히 통장에 모아놓는다.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재계약에 실패했을 경우를 대비하기 하기 위한 일종의 '실직 대책용'인 것이다.
박씨는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따라 계약동거를 통한 저축을 하고 있다"며 "올해 8월 재계약이 예정돼 있지만 최근 학교 사정이 좋지 않아 구조조정의 칼날이 목 앞까지 놓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요즘 주위를 둘러보면 나처럼 실업에 대비한 생활비를 마련하는 사람을 자주 볼 수 있다"며 "특히 비정규직 등 고용불안으로 위기의 세월을 보내는 사람들에겐 이같은 대비는 필수적인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구직자 절반 "현재는 고립무원 상태", 취업에 부정적
한편 취업·경력포털 스카우트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구직자 702명을 대상으로 '현재의 심경을 사자성어로 풀어보면 어떠한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46.3%(325명)가 '고립무원' 상태라고 답했다.
구직자들에게 이번 상반기 공채에서 자신의 취업 가능성을 물은 결과도 '없다'가 51.9%로 '있다' 48.1%보다 많았다.
알바족, 생동성 실험에 계약 동거까지…불경기에다 미래마저 보장받지 못한 요즘 젊은인들의 신(新) 풍속도, 잿빛 하늘만큼이나 우울하고 무겁게 느껴졌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기사전송 2009-02-22 0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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